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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제국』: 새로운 주권과 ‘다중’의 정치 본문
1. 서론: 탈근대적 지배체제로서의 ‘제국’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와 마이클 하트(Michael Hardt)의 공저 『제국(Empire)』 (2000)은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로 이어지는 세계질서 변화를 비판적으로 고찰한 중요한 저작이다. 두 저자는 소위 ‘제국’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지배체제가 기존의 제국주의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러한 체제 속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정치 주체인 ‘다중(multitude)’의 가능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분석한다. 이 책은 전통적인 근대 국가 주권의 한계를 넘어서, 초국적 자본과 국제기구, 그리고 다양한 비국가 행위자들이 상호 얽혀 형성되는 복합적 권력 구조를 “제국”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켰다.
2. 『제국』의 주요 내용
1. 근대 주권과 ‘제국’의 차이
네그리와 하트가 말하는 ‘제국’은 19세기 제국주의(Imperialism)와 구분된다. 전통적인 제국주의가 특정 국가(예: 영국, 프랑스 등)의 군사적·정치적 팽창을 통해 식민지를 지배했다면, 『제국』 에서 정의하는 ‘제국’은 탈영토화(deterritorialization)된 권력 형태로서, 특정한 주권 국가가 아니라 초국적 자본, 국제기구(세계은행, IMF, WTO 등), 다국적 기업 등이 네트워크 형태로 작동한다. 이는 국경을 초월해 작동하며, 전 지구적 차원에서 생산과 교환, 그리고 사회적 삶 전체를 관리·통제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2. 생산 양식의 변화와 생명정치
저자들은 후기 산업사회에서 물질적 상품의 생산보다 정보, 지식, 감정 등 ‘비물질적 노동(immaterial labor)’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비물질적 노동의 성격은 지식과 커뮤니케이션, 감정 노동 등으로 확장되며, 이는 개인의 주체성, 감정, 관계망까지도 권력의 관리 대상이 된다는 ‘생명정치(biopolitics)’ 개념과 연결된다. ‘제국’은 이러한 생명정치적 권력을 통해 개인의 삶과 정체성, 욕망을 관리하고 재생산 구조에 편입시키는 특징을 가진다.
3. 다중(multitude)의 등장
네그리와 하트가 ‘제국’의 지배 논리를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강조하는 개념이 ‘다중(multitude)’이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민중(people)’ 혹은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 개념과 구별되는데, 국가나 민족, 계급 등으로 단일하게 정의되지 않는 다양한 주체들의 집합을 가리킨다. 이 ‘다중’은 다양한 정체성과 욕망, 생산 양식을 통해 새로운 연대와 협력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존재로 제시된다. ‘다중’이 ‘제국’에 맞서 자율적인 생산과 공동체적 삶을 조직할 수 있다면, 이는 탈근대적 지배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저자들은 전망한다.
3. 『제국』의 의의와 한계
1. 글로벌 자본주의의 구조적 이해
『제국』 은 국가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초국적 자본주의 체계와 국제기구, 다국적 기업, NGO, 심지어 해적이나 테러리스트 조직 등 다양한 비국가 행위자들이 얽혀 있는 복합적 권력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는 세계화 담론이 활발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지적 흐름을 선도했고, 세계화가 단순히 국가 간 교류의 확대를 넘어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권력 장치임을 통찰하게 했다.
2. 비물질적 노동과 생명정치
이 책에서 제시된 ‘비물질적 노동’과 ‘생명정치’ 개념은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 경제, 감정 노동, 데이터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중요한 이론적 틀이 된다. SNS나 AI 기술, 빅데이터 등을 통해 개인의 욕망과 정보가 상품화되고, 그것이 다시 사회적 통제와 자본 축적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실은 『제국』 이 예견한 바와 맞닿아 있다.
3. 한계와 비판
『제국』 에 대한 비판적 지적도 존재한다. 예컨대 “미국의 패권주의가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는 현실에서, ‘제국’이 국가 주권을 넘어선다고 보는 시각이 과도하다”라는 의견이 있다. 또한 다중의 잠재력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실 정치에서는 다양한 주체들이 연대하기보다 분열하고 경쟁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4. 오늘날의 시대적 고찰
2000년대 초반, 『제국』 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와 비교해 세계는 또 다른 격변을 경험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각국에서의 민족주의·포퓰리즘의 부상,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은 ‘제국’의 지배구조에 균열을 내거나 새로운 통치 방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컨대 디지털 플랫폼 자본주의는 국가 경계를 넘어서 인류의 일상과 소비, 노동 형태를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으며, 팬데믹 상황에서는 ‘방역’ 명분 하에 생명정치적 통제 장치가 더 정교화되는 모습도 확인된다.
이러한 상황은 『제국』 이 진단한 초국적 지배체제의 특징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면서도, 국가의 역할이 오히려 재강화되는 역설적 현상도 함께 드러낸다. 백신 공급, 국경 통제, 경제 부양책 등에서 국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진 현실은 ‘탈국가화’를 주장했던 초기 세계화 담론과는 다른 국면을 형성한다. 따라서 우리는 ‘제국’과 ‘국가’의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서, 초국적 권력과 국가 권력이 어떻게 상호 보완 혹은 충돌하면서 작동하는지를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5. 우리가 가져야 할 시대 정신
『제국』 이 강조한 바와 같이, 오늘날 세계화 시대의 권력 구조는 단순히 어느 한 주체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층적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시대 정신이 필요하다.
1. 연대와 협력의 재구성
기존의 국가·민족·계급 중심의 운동 방식만으로는 복합적인 권력에 맞서기 어렵다. 다양한 정체성과 배경을 가진 개인들이 상호 연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통장(common)’을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다중의 잠재력을 구체화하는 핵심이다.
2. 비물질적 노동과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
정보와 데이터가 곧 권력이 되는 시대에,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율성을 지키면서도 창조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를 모색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 ‘제국’적 질서에 대항해, 사용자·노동자·시민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플랫폼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3. 지속 가능한 삶과 생명정치의 윤리
‘제국’적 지배는 기후위기, 생태 파괴, 자원 고갈 등 전 지구적 문제와 결합되어 있다. 생명정치는 단지 통제와 관리의 기제로만 이해될 것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윤리적·정치적 비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6. 결론: 『제국』의 현대적 의의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제국』 은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초국적 권력 구조를 이해하는 데 있어 여전히 유효한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국가 주권의 상대적 약화, 비물질적 노동의 확대, 생명정치의 보편화 등은 우리 시대가 직면한 현실을 정확히 예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국가와 초국적 권력이 교차하고, 디지털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며, 새로운 사회운동이 등장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시대 정신은 ‘다중’의 연대와 협력, 디지털 시대의 자율성과 공공성, 그리고 생명정치의 윤리를 지속적으로 성찰하는 태도일 것이다. 결국, 『제국』 의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며, 그 비판적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를 모색하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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