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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현대 정치철학의 핵심 개념 본문
1. 들어가며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은 현대 정치철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대표작인 『호모 사케르: 주권권력과 벌거벗은 생명(Homo Sacer: Sovereign Power and Bare Life)』(1995)은 정치권력과 생명의 관계를 심도 있게 탐구하며, 특히 ‘호모 사케르(homo sacer)’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조명합니다. 본 글에서는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에서 다루는 주요 개념과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2. 호모 사케르란 무엇인가?
‘호모 사케르(homo sacer)’는 라틴어로 ‘신성한 인간’을 의미하지만, 아감벤이 이를 사용하는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고대 로마법에서 ‘호모 사케르’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며, 누구든지 그를 살해할 수 있지만 희생 제물로 바칠 수는 없는 존재를 의미했습니다. 즉, 그는 법의 안과 밖에 동시에 존재하는 특이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아감벤은 이러한 개념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특정한 집단이나 개인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하려 합니다.
3. 벌거벗은 생명과 정치적 생명
아감벤은 인간의 삶을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 벌거벗은 생명(zoē): 단순한 생물학적 생명으로, 동물과 마찬가지로 생존하는 존재.
- 정치적 생명(bíos): 법과 정치 속에서 의미를 부여받는 인간의 삶.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 두 개념이 구별되었지만, 현대 국가에서는 국가가 벌거벗은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방식으로 정치가 작동한다고 아감벤은 주장합니다. 즉, 현대 국가의 주권자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법적으로 배제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권력 안에 포함시키는 ‘예외 상태(state of exception)’를 창출합니다.
4. 예외 상태와 주권권력
아감벤은 독일 법학자 카를 슈미트(Carl Schmitt)의 “주권자는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자”라는 명제를 인용하며, 현대 정치에서 ‘예외 상태’가 어떻게 정상 상태가 되는지를 분석합니다. 예외 상태란 법이 정지된 상태이지만, 역설적으로 주권자가 법의 이름으로 그것을 선포한다는 점에서 모순적입니다.
예를 들어, 테러와의 전쟁 이후 강화된 국가 비상사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의 봉쇄 조치, 난민 캠프에서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난민들의 상황 등은 아감벤이 말하는 ‘예외 상태’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호모 사케르’의 상태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5. 현대 사회에서의 호모 사케르
아감벤은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호모 사케르’가 되어가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난민, 불법 체류자, 수용소의 포로, 그리고 감시 사회에서 개인정보를 박탈당한 현대 시민들은 모두 법적으로 애매한 위치에 놓인 존재들입니다.
그는 또한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과 생체정치(biopolitics)의 강화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한다고 봅니다. 정부와 기업은 생명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며, 개별 인간의 삶은 점점 더 ‘벌거벗은 생명’으로 축소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6. 결론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는 단순한 철학적 논의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한 작품입니다. 그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국가 권력과 법, 그리고 생명의 관계를 보다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예외 상태’가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호모 사케르’의 개념을 통해, 법과 권력의 이름으로 배제되는 자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단순한 ‘벌거벗은 생명’으로 축소되지 않도록 어떤 정치적·윤리적 대응이 가능한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아감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인간의 삶을 법과 권력의 논리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보호하고 존중할 것인가? 이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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